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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엔지니어는 제품 관점에서 사고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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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 기술보다 앞서야 할 질문

엔지니어로 일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어요.

“이거 가능할까요?”

“이거 구현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물론 중요한 질문이에요.

하지만 때로는, 그보다 먼저 던져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게 꼭 필요한 기능인가요?”

“이게 우리 제품에 진짜 도움이 될까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특히 엔지니어라면 기술적인 실행 가능성보다 먼저 제품적인 타당성을 고민해야 해요.

왜냐하면, 우리는 기술을 위한 기술을 만드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에요.

엔지니어가 제품을 이해하고, 사용자와 문제를 중심에 두고 사고할 때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어요.

  • 불필요한 기능을 막고
  •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 때로는 기획 자체를 더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바꿔낼 수도 있죠.

이 글에서는 제가 경험했던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제품 중심 사고’가 어떻게 실제로 일의 방향을 바꾸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었는지 나눠보려고 해요.

기술적인 완성도뿐만 아니라,

제품적인 임팩트까지 고민하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 케이스 1: 제품의 본질에 더 가까운 선택

사이드 프로젝트로,

직접 찍은 사진을 지인들에게 투표받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었어요.

이 프로덕트의 목표는 명확했어요.

내가 찍은 사진들 사이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컷을 고르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제공하는 것.

그런데 어느 날 팀에서 이런 제안을 받았어요.

“혹시 올릴 사진이 없을 수도 있으니, 관련 키워드로 구글에서 이미지를 받아오는 기능도 추가하면 어떨까요?”

충분히 배려 깊은 제안이었고, 사용자 시나리오 차원에서는 이해가 갔어요.

하지만 이때 중요한 건,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보다는

“이 기능이 우리 제품의 핵심에 부합하는가?” 였어요.

우리가 던진 질문은 이거였어요.

  • 우리가 만들고 있는 이 프로덕트의 핵심은 무엇일까?
  • 이 기능이 그 핵심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 줄까, 흐리게 만들까?

우리는 함께 논의하며,

**‘직접 찍은 사진에 기반한 소셜 피드백 경험’**이라는 기획의 방향성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리고 구체적인 사용자 데이터와 인터뷰를 통해

정말 필요하다면 그때 다시 논의하기로 했죠.

💡 그 결과

  • 기술적 리서치나 구현에 드는 리소스를 아낄 수 있었고
  • 기획의 일관성도 유지할 수 있었어요

결국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제품을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중심을 잃지 않는 것.

기능 하나하나가 가능하냐보다,

그 기능이 제품에 어떤 가치를 더하느냐를 먼저 고민하는 게

엔지니어가 제품을 생각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어요.


🛠️ 케이스 2: 기술적 이슈를 제품으로 해결하다

새로운 4000명 규모의 대형 고객사를 온보딩하게 되었어요.

기존엔 800명 정도가 가장 큰 워크스페이스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성능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문제가 되었던 건,

4000명의 리뷰 작성자를 한 번에 삭제할 때

  • 504 URL Too Long 에러 발생
  • 삭제 성공하더라도 처리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림

당시엔 자연스럽게 이런 해결책이 떠올랐어요.

“API를 개선해야겠네. 서버 쪽에서 수정이 필요하고, 프론트도 대응해야겠구나.”

하지만 여기서 멈추고 다시 질문했어요.

“근데… 이 기능, 고객이 실제로 이렇게 대규모로 쓰고 있을까?”

실제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전체 작성자를 일괄 삭제하는 니즈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우리는 접근을 바꿨어요.

✅ 페이지네이션 기준 최대 100명까지만 삭제 가능하도록 정책을 수정

그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요.

  • 서버/클라이언트 모두 별도의 리소스 낭비 없이 문제 해결
  • 사용자의 실제 사용 방식에 더 잘 맞는 간결한 UX 설계

이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꼈어요.

기술적 문제를 기술로만 해결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제품적인 관점에서 다시 정의해보면

더 간단하고 정확한 해답이 나올 수 있어요.

엔지니어가 제품의 흐름과 고객의 행동까지 함께 본다면,

문제를 푸는 방식도 훨씬 유연해질 수 있어요.


🎯 마치며 – 제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엔지니어

우리는 종종 ‘기술적인 완성도’에 집중하게 돼요.

더 빠르게, 더 깔끔하게, 더 안정적으로.

물론 그것도 정말 중요하죠.

하지만 기술은 결국 '무엇을' 잘 만들기 위한 '어떻게'일 뿐이에요.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왜 만드는가?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기술적인 선택도 훨씬 더 명확해지고,

결국 더 가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기획자와 디자이너만이 제품을 정의하는 게 아니에요.

엔지니어 역시 제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이에요.

때로는 작은 기능 하나를 덜어내는 것으로

때로는 문제 해결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으로

엔지니어는 제품의 방향을 더 나은 쪽으로 이끌 수 있어요.


제품을 이해하는 엔지니어, 고객을 함께 바라보는 엔지니어.

기술이라는 도구를 넘어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함께 고민하는 태도,

그게 진짜 프로덕트 엔지니어링의 시작 아닐까요?